부자의 말센스<김주하 지음>
앞으로 시각언어가 지배한다.
재작년 마장(말을 키우는 곳)을 운영하는 삼촌에게 들렀을 때의 일이다. 삼촌은 마장엔 모기가 많으니 선풍기 앞으로 오라고 했다. 모기가 선풍기 바람을 피한다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선풍기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우리 모습도 재미있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삼촌 댁에 선물할 일이 있어 고민하던 중 그때 기억이 떠올라 모기 기피제로 정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여기저기 뒤지다가 독특한 판매자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에 영상 하나를 올려 두었는데 꽤 인상적이었다.
유리 상자에 수많은 모기를 잡아넣은 후 자신의 팔을 집어 넣는 것이다. 순간 너무 놀랐다. 팔 위로 모기떼가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내 팔이 물리는 기분이었다. 그다음 영상으로 넘어가 이번에는 팔에 모기 기피제를 뿌린 후 유리 상자에 넣었다. 영상을 보자마자 상품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모기가 전혀 팔 긑처로 모이지 않았기 때문이다.나는 그 판매자의 상품을 몇 통인아 결제해 삼촌 댁으로 보냈다.
꼭 그 판매자의 제품만이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그 판매자의 물건을 산 것은 그가 시각과 재미라는 감성으로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시각화'가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다. 웬만하면 품질은 다 괜찮은 시대라, 요즘 사람들은 브랜드를 그리 따지지 않는다. '피부 좋은 인플루언서'가 추천하는 생소한 화장품, 감성 디자인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 시대엔 시각적으로 설득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의 소비자를 사로잡으려면 먼저 그들의 눈과 감성을 사로 잡아야 한다.
배너 하나 바꿨을 뿐인데
블로그나 전단지 혹은 배너를 만들때로 마찬가지다. 일단 눈에 띄지 않는 글은 다 빼야 한다. 아래는 건강 관련 사업을 하는 한 수강생이 제작한 내용을 내가 다시 바꿔준 배너이다.
배너를 바꾼 후 결과는 어땟을까? 실제 오른쪽 배너를 사용한 후 찾아오는 고객의 수가 늘었고, 그달 매출이 역대 가장 높았다고 한다. 다만, 의료계에 종사하지 않다보니 실수가 있었다. '통증'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면 의료법 위반이 된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도움이 된다', '편해진다'정도로만 써야 한다고 하여 수정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배너 하나 바꿨을 뿐인데, 신규 손님들이 관심을 갖고 매장을 찾아왔다. 배너뿐 아니라, 홍보물도 비슷한 느낌으로 바꾸었는데 그달에 최고 매출을 갱신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
우리가 무언가를 판단할 때 활용하는 감각의 90%는 시각이다. 심지어 말로 설득할 때조차 말의 내용보다 눈에 보이는 신체 언어가 더 큰 설득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시각을 사로잡는 일의 중요성은 말로 다 설명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