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말센스<김주하 지음>
때로는 침묵하는 것이 낫다
이와는 반대로 하지 말아야 할 말은 굳이 하지 않는다. 말의 공백이 두려워 아무 말이나 하거나 생각의 필터를 거치지 않고 함부로 내뱉는 말은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1966년 미국 최고의 거짓말 탐지기 연구가였던 클리브 백스터는 문득 화분을 보다가 생각했다. '뿌리에서 잎사귀까지 물이 전달되는 데 얼마나 걸릴까?'라는 호기심으로 거짓말 탐지기를 잎사귀에 붙였던 그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물을 주자 곧바로 '기쁨'의 반응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식물이 감정을 나타내다니, 그럼 혹시 잎사귀를 태워보면 공포감도 느낄까?'라고 생각한다. 성냥을 찾아 걸음을 떼던 그는 혹시 하는 생각으로 뒤를 돌아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불로 태우기는커녕 생각만 했을 뿐인데 그래프가 요동을 치며 '공포반응'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식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이 있고, 고통을 느낀다고 주장하여 주목을 받았다. 식물조차 말과 생각으로 상처를 입는데 하물며 인간은 오죽하겠는가.
내게는 직업병이 하나 있는데,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이 무례하거나 불친절한 모습을 보이면 꼭 깨닫게 해주고 싶은 직업의식 같은 게 있다. 자처해서 '미스터리 쇼퍼'가 되곤 한다.
하루는 정말 오랜만에 피부숍에 들렀다. 단 두 번 봤을 뿐인데 원장님이 나를 보더니 대뜸 "어? 처음 봤을때보다 살이 좀 쪘죠?"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당황스러워 웃음이 났다.
아직 친하지 않은 누군가가 그렇게 묻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보통 누구나 좋아하는 말이 아니라면, 거꾸로 내가 들어서 좋은 말이 아니라면 굳이 꺼내지 않는 것이 낫다. 특히 상대방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는 경우라면 더더욱 마음이 상할 수 있다.
그분이 다시 물었다. "아니. 못해도 1-2킬로그램은 찐 것 같은데...그죠?"
꽤 많은 이들이 아무 생각없이 사람들에게 비슷한 얘기들을 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 순간 나의 직업병이 발동했다. " 그 질문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뭔가요?라고 물었다. 이윽고 원장님이 바로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아마 본인도 모르게 나온 말이라 '아차' 하셨을 것이다. 혹시 누군가에게 유머를 던진다고 상대방을 비하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말을 할 때 정수기의 필터처럼 꼭 한번 생각의 필터를 걸러서 말한다면, 그간 열심히 쌓아왔던 좋은 점수가 한번에 깎이지는 않을 것이다. 점수를 줄 때는 1점씩이지만 깎일 때는 왕창 깍인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표현에 인색한 사람과 풍부한 사람의 인생은 많이 다르다.
당신이 표현하면 상대방도 당신에게 인정하고 칭찬할 만한 무언가를 찾으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그것이 결국 우리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이제부터 우리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당신이 '남다른 한 끗'을 더해 '풍부한 표현러'가 되길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