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말센스<김주하 지음>
80대에 돈방석에 앉은 할머니
몇 년 전, 스페인의 작은 도시에 온 세계를 시끌벅적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곳 성당에 예수의 얼굴을 그린 19세기 벽화가 있었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그림이 많이 변형되었다. 그것을 안타깝게 여기던 80대 노파 한 명이 어느날, 물감으로 그림에 덧칠한 것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형상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그림이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림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분이 그렸으니 오죽하겠는가.
가시 면류관을 쓴 예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영락없는 원숭이 형상만 벽화에 남았다. 이 사건은 인터넷에 퍼져 전 세계의 논란거리가 되었고, 문화유산에 함부로 손댄 것에 대한 비난도 거셌다. 심지어 원작자의 소녀가 법적 문제까지 제기한 상황이었다.
그때 한 사람이 노파를 찾아갔다. 대체 왜 그림에 손을 댄 것인지 묻자, 노파는 통곡하며 말했다. 세월에 무너져가는 예수님의 벽화가 안타까워 복원하고 싶었노라고 말이다. 그 인터뷰를 통해 그림을 열렬히 아낀 노파의 진심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자 갑자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인구5천명인 이작은 도시에 그 그림을 보려고 5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입장권, 기념품까지 만들어지면서 인센티브를 받게 된 이 노파는 갑자기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그 돈을 어려운 노인들에게 전액 기부하며 모두를 행복하게 했다.
이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나는 이 일이 다른 각도에서 보였다. 수백 년 문화재를 망친 행위가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낳게 한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것은 순수한 노파의 '선의'이다. 벽화가 세월의 풍파에 흐려져 가는 것을 가슴 아파한 그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래서 대중은 결과물을 유쾌하게 수용할 수 있었다.
적지 않은 시간, 수천 명과 함께 인생 설계도를 그려나가며 내가 목격한 것은 의외로 이선의의 힘이다. 나는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사람들에게 선의의 태도를 먼저 지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당장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것이 남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살면서 실수를 했을 때 이 선의의 위력은 대단하다. 사회가 냉정해 보이지만 선의가 있는 사람의 실수라면, 한번 쯤은 아량으로 포용해주기도 한다.
'기브 앤 테이크'는 일대일 인간관계에서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세상은 주고받는 것이다.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세상도 주는 만큼 돌려준다. 큰 사업을 하는 분 중엔 기부나 어려운 이웃을 돕는 활동을 하는 분들이 참 많다. 1년 매출이 1천억 원이 넘는 교육회사를 이룬 분이 식사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업 초기부터 적은 금액으로라도 기부를 해 왔어요. 그땐 주고 나면 빠듯할 정도였는데 그래도 그때가 있어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기부가 꼭 돈 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어르신을 봤을 때, 몸이 불편한 사람을 대중교통에서 만났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의가 담긴 행동에는 많은 것들이 있다. 인생의 씨앗들을 많이 뿌려놓자. 언젠가 꼭 어디서든 돌아온다. 가장 먼저 돌아오는 건 행복감일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각자가 하는 일을 단순히 생계를 위한 직업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돕고 있는 일로 재조명해보자. 일에 대한 소명이 생기고, 그런 마음은 반드시 상대방에게 전해진다. 또한 그것을 반드시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것은 덤이다.
예를 들어, 피부숍을 운영한다고 치자. 고객을 피부를 관리하는 것은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행위를 넘어 고객의 피부에 도움이 되는 행위다. 회원권을 끊어야 내게 매출이 생긴다고 생각하며 하는 말과 고객에게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갖고 하는 말에는 차이가 있다. 말의 힘이 달라진다.
선한 마음을 품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태도를 갖추자. 매출은 자연히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