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명언,좋은글

부자의 말센스<김주하 지음>

반응형

협상 상대를 줄여라.

  오래전 내가 횟집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일이다. 단체 손님이 오면 늘 얘기가 오가다 마지막 말은 "아, 그냥 제일 싼 거 시켜"로 끝났다. 나는 어떻게 해야 '내가 권하는 메뉴를 먹게할까'를 고민했다. 그러다 주문을 받기 전에 '결정권자 줄이기' 작업을 먼저 하기로 했다. 

  우선 손님들이 앉자마자 바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서비스 전채요리를 내어주고 이렇게 말했다.

"많이들 드시고요. 더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배고픈 손님들이 전채요리에 몰두해 있는 그때가 바로 주문을 받아야 할 순간이다.

 "이중에 주문하실 분은 누구세요? 딱 두 분만 손들어주세요."

 처음에 여러 명이 관심을 두다가 두 명이 추려져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다른 사람들은 먹느라 행복하다. 이렇게 20명이 아닌 2명과 협상을 하게 되니 대부분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결정에 개입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 좋지 않다. 단체 손님 모두가 한 마디씩 보태며 이러쿵저러쿵 메뉴 정하기에 가담하다가는 '에라모르겠다.그냥 제일 싼 거 시키자'라는 결론에 이르기 쉽다.

  그렇게 주문까지만 밀당하다가 메뉴가 결정되고 나면 최선을 다해 잘 해주는 게 내 철칙이었다. 그랬더니 손님들은 내게 적지 않은 팁을 건넬 정도로 기분 좋아했고, 나도 맛있는 메뉴를 추천할 수 있어 양쪽 다 윈윈하는 결과를 얻곤 했다.

  일 대 다수와 협상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뭔가 하나로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협상을 하려면 일단 선명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을 내가 바로 제공할 수 있게 하는 데도 필요한 일이다.

  손님 친구를 내 편으로 만든다.

  전에 옷가게를 하는 사장님의 매출 올리는 것을 도운 적이 있다. 그에게 장사하면서 어려운 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다른 아닌 '손님의 친구'라고 했다. 정작 옷을 살려는 본인은 입어본 옷을 마음에 들어 하는데, 꼭 함께 나온 친구들이 사는 걸 말린다는 거였다.

  사실, 친구들과 함께 옷 쇼핑을 나선 이들은 만만치 않은 손님이긴 하다. 모두의 취향에 맞아야 합격점을 받기 때문이다. 본인의 취향이 뚜렷하면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는 친구들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리겠지만 그런 이들은 애초부터 친구들과 쇼핑을 잘 다니지 않는다. 그렇기에 친구들의 말 한마디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친구들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옷가게 사장님에게 미션 하나를 제안했다. 고객에게 '부담 없이 줄 수 있는 선물 구비해놓기'였다. 예를 들어 머리끈이나 파우치,에코백 등 반응이 좋은 것을 준비해놓는다. 사은품 개념으로 저렴한 선물을 맞춤 주문하면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친구들과 손님이 우르르 오면, 옷을 입어보는 동안 다른 친구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 중 가장 입김이 센 분이 누구세요?"

 그러면 그들 사이에 목소리 큰 누군가가 꼭 추려지기 마련이다. 그 친구에게 선물 하나를 주며 이렇게 말한다.

"그러세요? 그럼 선물 하나 드려야겠네요. 저희 가게 입소문 좀 내주세요."

 뜻밖의 선물을 받고는 다들 놀라워하며 기뻐한다. 받는 쪽에서야 정말 입소문 내달라고 주는 선물이겠거니 생각하지만 일단 그렇게 선물을 받고 나면 친구가 입고 나온 옷을 보고 사지 말라는 악평은 차마 하지 못한다. 만약 그 자리에서 다른 친구들이 자신도 달라며 끼어들 기세면 좀 더 편하게 줄 수 있는 선물을 내어주자. 그렇게 하면 혼자 온 손님에 비해 부담이었던 친구들이 도리어 든든한 아군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가격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하고 싶다. 가격을 합리적으로 정했다면, 물러서지 말고 줄 수 있는 것들을 더 고안해서 손님을 기쁘게 하는 쪽이 낫다.

  가격을 쉽게 깎아줄수록 손님은 오히려 '더 안 깎으면 손해보는 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품는다. 쉽게 깎아줄 수 있다는 건 이윤이 많이 남아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윤이 많이 남아서가 아닌 경우도 많다. 나도 여기저기서 매일 소비자로 살아가지만, 착한 업주들을 보면 속상하다. 월세 내고, 월급 주고, 세금 내고 나면 막상 직장인 월급보다 못한 금액을 벌어 갈 때가 많다. 그러니 정찰제라고 분명히 양해를 구하고 할인을 해주는 대신 사은품을 챙겨주는 것이 손님의 기분을 위해서도, 가게 매출을 위해서도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