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이 먹히려면
크건 작건 한 조직의 리더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직원들과 좋은 관계로 지내면서도 '권위를 잃지 않고 위엄을 지켜야'한다. 이게 어디 말처럼 쉽겠는가. 협회 수강생 중 사업을 하는 분들은 하나같이 사장으로서 애로사항을 토로한다. "나는 이해심 많은 사람인데 왜 아랫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할까?"
어느 날 신입사원에게 채용공고문을 자유롭게 작성해보라고 했다. 아래는 그렇게 해서 나온 실제 우리 회사의 채용공고문이다. 사실 저 공고문에는 직원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나의 노력이 숨어 있다.
<복리후생>
4대 보험, 장기근속자 포상, 우수사원 포상, 인센티브, 정기휴가, 퇴직금
신입사원이 말하는 솔직한 회사 분위기
-가물에 콩 나듯 분기에 한 번 있을가 말까 한 야근
-개인적인 분위기(회식 없음, 점심 개인플레이 가능)
-대표님이 많이 바쁨
-감기 걸렸더니 회사에서 기프티콘으로 준 쌍화탕 몇 박스
-회사 원두는 스타벅스(디자이너의 주 식량)
-신입사원이 배고플때 하는 것:회사 탕비실에서 컵라면 꺼내 부숴 먹기
-생일 때마다 받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케이크와 사내 직원들의 덕담릴레이
대기업 직원들은 사장의 출근 여부와 그날의 상세한 스케줄을 일절 알 수 없다. 사장실을 다른 층에 따로 배치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사장은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구체적 상황에 맞는 방향을 모색해 회사를 이끌어나간다. 즉, 카리스마 있는 사장이 되려면 직원들과의 거리는 적당히 유지하되 그들의 업무는 날카롭게 파악하는 것이 기본 핵심이다.
그런데 규모가 크지 않다면 어떨까. 현실적으로 직원들과 얼굴 부딪히지 않고 지내기 어렵다. 작은 규모의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어떻게 직원들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사장의 일정을 직원들이 모르게 하라
'대표님 많이 바쁨'다.
앞서 소개한 우리 회사 채용공고문에 신입사원이 적은 내용이다. 내가 회사에서 자리를 자키지 않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외부 출강이나 일정이 잦긴하지만 이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와도 하루 총 업무 시간에서 그리 많은 시간을 차지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직원들은 왜 그렇게 느꼈을까?
그들에게 물리적 거리감을 적절히 '연출'하고 일어서다. 나의 고정적인 스케줄을 제외하고, 추가되는 일정에 대해서는 주요 직원 몇 명만 알고 있다.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에게까지 사장의 일정을 자세히 공개할 필요는 없다. 나머지 직원들에게는 그런 상황까진 몰라도 되는 위치임을 인지시킴으로써 거리를 두는 것이다.
실제 눈에 보이는 물리적 거리감을 주는 것 또한 방법이다. 한 공간을 쓴다면 파티션 등으로 간단하게라도 본인의 자리를 분리하는 시각적 효과를 주면 좋다. 동시에 각 팀에 맡긴 업무 진행 상황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정확한 상황파악과 올바른 지시를 할 줄 아는 리더라고 인지한다.
무게감 없는 리더는 조직의 중대사에 제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간단한 연출을 통해 거리감을 주는 것을 시작으로 카리스마와 현명함을 겸비한 리더가 되어보자. 사업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직원과 함께 밥 먹지 마라
아프리카에는 '아누아크'라는 부족이 있다. 아투아크 족의 왕에게는 지켜야 할 계율이 있는데, 이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고독'이다. 왕은 자신의 거처에서 혼자 지내고, 식사도 혼자 해야 하며, 부족민과 함부로 대화를 나눌 수도 없다. 아파도 아픈 티를 내서는 안 된다. 그만큼 리더는 예로부터 외로움을 잘 이겨내는 자에게 허락되는 자리라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규모가 작을수록 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하고, 사기 증진을 위해 회식까지 동반하는 사장들이 꽤 많다. 그로 인해 서로 끈끈해지기도 하지만 리더로서의 위엄을 가장 쉽게 잃는 자리 또한 식사 자리일때가 많다.
수강생 한 분이 이런 고민에 빠져 있었다. 직원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다 보니 뭐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에 어느 날부터 그들의 점심을 손수 챙겨주었다고 한다. 회식자리에선 술 한잔하며 일상적인 고민 등 속내를 허물없이 내비쳤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조직에는 엄연히 위계질서가 있는 법인데 수평적 조직 분위기를 지향하다 보니 어느새 시장에서 편안한 옆집 언니가 되어 있었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으면 함께 밥을 먹으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까워지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식사만큼 좋은 것이 없고, 반대로 거리를 지키고 싶다면 식사의 횟수를 줄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된다. 리더와 식사하는 자리가 빈번하기보단 흔치 않은 시간으로 만듦으로써 특별한 경우로 인식시키는 것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채용공고대로 우리 회사는 거의 회식이 없고, 점심 식사도 자유롭게 한다. 사실 직원의 입장에서도 상사와의 식사나 '퇴근 후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라 할 만큼 불편한 자리다. 그래서 나의 경우,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회식할 때 미리 메뉴를 알려준다. 그리고 오고 싶은 사람만 자유롭게 오라고 한다. 실제로 메뉴를 듣고 먹고 싶으면 오고, 아니면 귀가한다. 구직 사이트에 내 걸 만큼 그들에도 매력적인 제안이면서 회사 리더는 권위를 지킬 수 있기에 이것이야말로 양쪽을 만족시키는 윈윈 경영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위 두 가지는 직원들도 좋아하는 선에서 융화하는 실용적인 방법이다. 처음에는 이런 거리감에서 오는 외로움 때문에 힘들수도 있다. 그러나 기억하자. 가깝지만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을 때 '더욱 좋은 관계로 오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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