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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언,좋은글

웰씽킹<켈리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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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지 않고 걸을 수는 없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프랑스 유학은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당시 부호의 자식들만 엄두를 낼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모든걸 손수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어렵게 온 파리에서 반드시 큰 배움을 얻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랑스에서 대학을 졸업했을 때 나에게는 수많은 친구가 있었다. 한국친구도 많았지만 프랑스 친구도 많았다. 한국 친구들은 나만 보면 어떻게 프랑스 사회에 섞여 들었는지 물었다. 그때마다 내가 아는 노하우를 다 알려줬지나 나처럼 행동하는 친구들은 별로 없었다. 나는 프랑스 문화를 이해한 뒤,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을 할 때도 있었고, 잘못된 정보를 말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처음 프랑스에 왔을땐, 내가 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위축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어느순간 그런 생각이 나를 조금도 성장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나를 우습게 본다고 한들 어쩔 수 없다고 마음을 먹자 더 이상 위축되지 않았다.

 한번은 내가 말실수를 했더니 친구가 말했다.

"켈리, 그거 틀린거야."

"그래?몰랐어, 네 덕분에 새로운 걸 하나 배웠네. 정말 고마워."

 바로 인정하면 누구도 나를 욕하지 않았다. 그게 프랑스문화였다. 설령 욕을 먹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실패하지 않고 되는 일은 이세상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리 유학을 성공적으로 끝낸 뒤에도 나에게는 숱한 실패가 기다리고 있었다.학교를 졸업할 무렵 나는 파리의 유행이 서서히 변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파리의 패션은 오트쿠튀르, 즉 고급 맞춤 여성복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기성복이라는 의미의 프레타포르테 역시 일반일들은 접근할 수 없을 만큼 고가였다. 그런게 언젠가부터 파리에서도 뉴욕의 미니멀리즘이 확산되고 있었다. 앞으로 캘비클라인 같은 브랜드의 열풍이 불고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나는 뉴욕으로 갈 생각이었다. 먼저 뉴욕으로 간 친구가 오기만 하면 디자이너로 취직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뉴욕에서 몇 년 공부를 한 뒤 파리에 정착할 생각이었다. 내가 뉴욕을 선택한 데는 디자이너로서의 내 한계도 있었다. 디자인하는 일이라면 나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은 직선의 끝부분이 살짝 흐려지면서 곡선으로 변하는 그림을 그려놓고는 곡선으로 휘는 이유에 대해 몇 시간씩 토론했다. 루브르에서 봤다든가, 베르사유에서 봤다든가, 어느 철학자가 말했다든가, 뭐 이런 거창한 비유까지 들면서.

 나는 더 멋있는 디자인을 해놓고도 그 의미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창의력과 인문학적 소양의 차이때문이었다. 하라면 하고 가라면 가야 하는 교육을 받아온 나로서는 도저히 그들을 따라갈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 프랑스인들은 한 시간이면 끝나는 패션쇼를 두고도 몇 날 며칠 떠들 수 있었다. 눈만 말똥말똥 뜨고 선생님이 하는 말만 가만히 듣는 교육을 받아온 아시아 친구들이 대부분 절망하는 지점이기도 했다. 오트쿠튀르 중심의 파리 패션계에서는 그들을 능가할 만한 창의력이 아니면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웠다.

  물론 다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한국인 중에는 나와 똑같은 교육을 받고도 매우 창의 적인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다만 나는 시대와 환경의 한계를 뛰어넘을 만한 천재가 아니었고, 이 사실을 씁쓸하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런 나에게 실용적인 사고를 더 인정하는 뉴욕이 파리보다 더 적합할 거라고 판단했다. 나는 파리의 패션업계에서 최고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그렇다고 좌절하지는 않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이게 내 최고의 장점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혈혈단신으로 정읍에서 서울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다시 프랑스로 떠나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실패를 두려워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나는 남달리 총명하지도 않고 특별한 재능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수십 수백 번 실패했고, 그 덕분에 더이상 실패를 두려우하지 않게 되었다. 뜨거운 불길에 몸을 맡기고 망치로 두들겨 맞을수록 더 강해지는 쇳덩이처럼 나는 계속 단단해질 뿐이었다.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에 실패를 곱씹을 시간도 내겐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나는 무수한 실패를 반복할 것이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성공할 때보다 실패할 때가 더 많아야 강해진다. 그러므로 실패 자체를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실패가 두려우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 무수한 실패가 쌓여야 언젠가 성공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당신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

  "어린 날에 수없이 넘어지고 깨지면서

 당신도 이 땅에 굳게 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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