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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명언,좋은글

부자의 말센스<김주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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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제주도에서 처음 서울에 올라와 1년 정도 지났을 때 일이다.

 내가 존경하는 회장님과 행사에 동행할 일이 몇 번 있었다. 그때 그분이 말했다. "그렇게 낮은 자세로 친절을 베풀면 동석한 내가 어떻게 보이겠니?친절도 좋지만 격을 지켜봐."

 또 한번은, 친해진 한 원장이 말하기를 "처음엔 '나한테 뭐 바라는 게 있나?'하고 생각했어요. 알고 보니 친절이 워낙 몸에 배어 있었던 거에요." 충격이었다. 대체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걸까? 고향에서는 나름 싹싹하다는 말을 듣고 살았는데, 서울이라 안 먹히는 걸까?

 머릿속이 복잡하던 그때 막내 외삼촌과 통화를 하다가 그 단서를 찾았다.

 삼촌은 "대낮에 지하에 있다가 갑자기 태양을 보면 눈부시지 않겠느냐?"라고 물었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빛의 온도가 다르니 내가 맞춰주라고 했다. 어두운 사람이 밝아지는 건 쉽지 않으나, 밝은 사람이 살짝 빛을 조절하는 건 가능하니 '상대방이 덜 눈부실 정도의 친절'로만 다가가라고 말이다.  그리고 상대가 내 빛에 적응하면 그때 나의 온 빛을 그대로 전해주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 후 나를 돌아보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막 상경했을 무렵, 이른바 '횟집용 친절'이 몸에 배어 있었던 것이다. 손님을 맞을 때처럼 과하게 웃고, 과하게 친절을 베풀었을 것이다. 게다가 늘 손님의 몸짓을 눈여겨 보던 버릇이 튀어나와 먼저 반응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 눈엔 상대방의 필요가 너무도 잘 읽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옷을 벗다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 옷걸이를 찾고 있다는 신호일 확률이 높고, 물잔을 들었다가 바로 내려놓으면 물이 다 떨어졌을 신호일지 모른다. 나는 그런 신호를 재빠르게 파악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던 것이다.

 어찌 보면 살아남기 위해 발달한 나의 생존형 감각이었다.

 집안 사정상 사춘기 학생이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살앙남으려면 분명 남들보다 뛰어나야 했을 터다. 그러다 보니 나는 사람들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민첩하게 반응하는 법을 익혔다. 그때 키워진 관찰력과 손님 응대 방법, 능청과 협상법 등이 매출을 올리는 데 좋은 씨앗이 되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할 때는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과도한 배려와 친절은 상대에게 되레 불편함을 느끼게 할 수 있어서 그것이 또 다른 의미에서의 배려였다.

 어떻게 해야 내 옆에 좋은 사람을 둘 수 있을까? 하나씩 그 방법을 알아보겠지만, 한 가지 포인트는 바로 자신의 말과 행동에 '남다른 한 끗'을 입혀야 한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관계가 오래갈 수 있다.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높일 필요도 나를 지나치게 낮출 필요도 없다. 모두에게 좋은 건 '나도 높이고 상대방도 높이는 것'이다. 수많은 수강생이 이 점을 자신의 일에 접목하여 매출뿐 아니라 가족이나 직원, 동료, 고객과의 관계까지 좋아진는 경우를 숱하게 보았다. 이젠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