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명언,좋은글

부자의 말센스<김주하 지음>

반응형

사소한 말한마디로 기업을 잃은 CEO

1991년 4월 영국 런던에서 있었던 일이다. 경영자 5천여 명앞에 선 한 연사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은쟁반과 잔6개, 그리고 유리병을 합쳐 4.95파운드에 팔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리 사게 팔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 그건 우리 제품이 '쓰레기'라서 그런 겁니다."

 그는 당시 연 매출 12억 파운드(1조4400억원)이상을 올리는 한 기업의 CEO였다. 영국 기업가 협회의 연사로 초청받은 그는 다소 딱딱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자 일종의 '셀프 디스'를 농담으로 던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그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경악했고 그의 말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CEO가 직접 쓰레기라고 폄하한 제품을 사지 않겠다며 소비자들의 마음이 순식간에 돌아서는 바람에 1년도 되지 않아 매출이 고꾸라졌다.  그렇게 회사는 파산 직전까지 갔다.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해야 할 때 유머를 활용하면 청중을 집중시킬수 있다. 적절한 유머를 활용해야 하는데 그중 자신의 약점을 유머의 소재로 사용해 친밀해지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위 CEO의 위트는 적절하지 못했다. 자기 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을 '쓰레기'라고 표현했으니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반해 잃는 것은 한순간이다. 

  반면 결정적 한마디로 상황을 역전시킨 사례도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70년대에 현대조선소 설립자금을 구하기 위해 영국으로 날아갔다. 은행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은행은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회장님은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 거북선을 보여주며 "한국이 영국보다 300년이나 앞서 철갑선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은행의 차가운 반응을 설립자금 획득으로 바꾼 '결정적 한마디'였다.

  대인관계에서도, 사업에서도 적재적소에 맞는 말 한마디는 아주 중요하다. 특히 사업을 하는 분이라면 내 상품의 강점을 담은 '결정적 한마디'를 꼭 구사해보기 바란다. 말 한두 마디로 사람의 마음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이유다.

  한 수강생이 직접 겪은 일이다. 하루는 '끌리는 사람이 되는 법' 중에서 기본적인 방법인 상대방을 인정해주는 말 들려주기'를 실천해보려고 했다.  10년간 얼굴을 봐오던 분에게 다가가 "오늘 입은 옷이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여요"라며 말을 건넸다. 그랬더니 그분이 "이거 비싼 거야~"라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도 몰라주는데 자기만 알아봐 줘서 고맙다고 했다. 놀라운건 그 다음 말이다. 몇 마디를 더 주고받은 후 그분이 말했다. "내가 그동안 당신을 오해했다 보네. 안목도 좋고 마음씨도 좋은 사람인데... 미안해"라는 말을 덧붙였다.

  처음 꺼낸 "오늘 입은 옷이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여요"라는 한마디의 힘이었다. 그 말로 인해 10년간 좋지 않던 인식이 눈녹듯 녹아내렸다. 누구나 돌아보면 한번쯤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말 한마디로 오해를 풀거나 좀 더 가까워지거나 하는 일 말이다.

 그렇다고 없는 말을 지어서 하라는 것이 아니다. 말에는 언제나 진심이 담겨야 한다. 상대방의 좋은 점을 찾아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또한 습관이다. 장단점 중에서 장점을 먼저 보는 눈을 기를수록 자연스럽게 좋은 점이 더 많이 보이게 된다.

 의외로 사람들은 자신이 늘 하는 말을 연구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 되고 상대방에게 호감을 얻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말 한마디의 힘을 간과한다. 말에도 디테일이 있다. 예를 들어 '아시나요'와 '아시지요'는 다른말이다.

A:제가 밸리댄스만 20년 경력인 것아시나요?

B:제가 밸리댄스만 20년 경력인 것 아시지요?

 한 번 소리내어 읽어보자. 비슷한 듯하지만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강의 때 A와 B가 어떻게 다른지 수강생들에게 물었다. A의 질문에는 '그런가?' 혹은 '내가 그걸 꼭 알아야 하나?' 등의 반응이 나왔다.  반면 B의 질문에는 20년 경력인 것을 몰랐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반응이 많았다.

  '아시나요'는 상대방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 말이고, '아시지요'는 안다는 것을 전제한 말이다. 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말이니 그대로 반응하게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A와B는 '딱 한 글자' 차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말을 잘하고 싶어하고, 말센스가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말센스는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치장하거나 과장하는 말이 아니다. 말은 생각에서 비롯되므로 말을 잘하려면 자기 생각부터 잘 관리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생각을 적절히 표현할 말을 갈고닦아야 한다. 이때 중요한 점이 마치 정수기에 필터가 있듯이 말의 필터는 갖추는 것이다. 내가 하려는 말을 거꾸로 내가 듣는다면 어떻게 들릴지 한번 생각해본다. 만약 들었을때 내가 감정이 상할 것 같으면 아예 얘기를 멈춘다. 말을 하던 도중이어도 괜찮다. 어눌한 사람으로 비치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잃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